최근 음악을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앨범 발매 소식을 기다리게 만드는 가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매일 수많은 음원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래도록 곁에 두고 반복해서 듣게 되는 음악은 예전보다 적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즘 음악 시장을 보면 화려한 퍼포먼스와 강렬한 비주얼을 앞세운 아이돌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 쉽게 소비될 수 있는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자극적인 콘셉트는 이제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은 듯 보입니다.
물론 이러한 흐름 자체를 비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대중문화는 늘 시대가 원하는 것을 반영해 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는 문득 이런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사람들은 계속해서 자극적인 콘텐츠만을 원할까.
오히려 너무 많은 자극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노래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저는 AI를 활용하여 직접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평범한 하루, 가족과 떠났던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 오래된 사진을 정리하다가 떠올랐던 추억, 퇴근길 한강을 달리며 스쳐 지나갔던 생각들을 가사로 적어보았습니다. 그리고 AI를 이용해 멜로디를 만들고 편곡을 더해 한 곡의 노래로 완성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느 순간 최신 인기곡보다 제가 직접 만든 노래를 더 자주 듣고 있었습니다.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곡은 아니었습니다. 전문 작곡가의 음악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노래들은 저를 가장 잘 위로해 주는 음악이 되어 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 노래들은 제가 살아온 시간들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AI는 슬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AI는 아이가 처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며 가슴 벅차하는 마음을 알지 못합니다.
AI는 오래된 사진 속 젊은 시절 부모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감정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감정들을 경험했습니다.
AI는 단지 그것을 음악이라는 형태로 표현하는 일을 도와주었을 뿐입니다.
저는 사진이 걸어온 길을 음악이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비싼 장비와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가가 되었습니다.
지금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한 사진은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아이가 웃고 있는 모습,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장면, 여행 중 우연히 마주한 풍경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음악도 비슷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아이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노래를 만들 것입니다.
누군가는 부모님을 추억하는 노래를 만들 것입니다.
누군가는 결혼기념일마다 한 곡씩 노래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하루를 정리하며 그날의 감정을 음악으로 기록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전히 대중음악 시장은 화려한 무대와 자극적인 콘텐츠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그것은 산업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흐름도 함께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이미 필름 카메라를 다시 찾고 있습니다.
손글씨를 배우고, 일기를 쓰고, 독서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효율만을 추구하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천천히 돌아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AI 음악 창작도 이러한 흐름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사람들은 유명 가수의 신곡을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하루를 노래로 남기는 일을 하나의 취미로 받아들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명해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수익을 얻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단지 오늘의 감정을 잊지 않고 간직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AI가 인간의 감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자신의 감정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가장 따뜻한 도구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미래에는 누구나 자신의 인생 앨범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가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시대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