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 다시 찾은 연천 호로고루의 아름다운 풍경
이날 역시 처음의 목적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에 새로운 스탬프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호로고루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하늘이 조금씩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날도 다른 장소와 마찬가지로 스탬프만 찍고 빠르게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호로고루는 과거에 이미 방문했던 장소였고, 당시 촬영했던 사진도 아직 블로그에 포스팅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에 스탬프만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거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일단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을 꺼내 호로고루 스탬프를 찍었습니다.
여권에 새로운 도장 하나가 추가되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이날 계획했던 목적은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차에서 내려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넓게 펼쳐진 호로고루의 들판 너머로 해가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하늘은 푸른빛에서 노란빛으로, 다시 붉은빛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스탬프를 찍기 위해 여러 장소를 바쁘게 이동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다시 차로 돌아갔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석양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카메라를 들고 호로고루 주변을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해가 점점 낮아질수록 풍경도 계속 달라졌습니다.
몇 분 전까지 노란빛이었던 하늘이 어느새 짙은 주황빛으로 물들었고, 호로고루의 성벽과 주변 나무들은 검은 실루엣으로 변해갔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멈춰 서고, 다시 조금 걸어 다른 방향에서 카메라를 들어보았습니다.
같은 장소였지만 바라보는 방향과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저에게 이런 순간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원래는 스탬프 하나만 찍고 나올 생각이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석양 덕분에 한동안 호로고루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날 하루 동안 여러 국가유산을 찾아다녔습니다.
과거에 방문했던 장소에서는 스탬프만 찍고 빠르게 나왔고, 처음 방문한 화적연에서는 적막한 풍경이 마음에 들어 잠시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하루의 마지막에 도착한 호로고루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석양을 만났습니다.
여행은 계획대로 움직일 때도 좋지만, 이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을 만나는 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