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다 만난 특별한 건축 전시, 열린송현녹지광장

서울공예박물관에서 특별기획전 《물질-실천》을 관람한 뒤 밖으로 나와 열린송현녹지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동하는 중에 만난 오래된 골목길에 풍경이 잠시 카메라를 멈춰 세우네요.












광화문과 경복궁, 안국동 사이에 자리한 열린송현녹지광장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 넓은 하늘과 탁 트인 풍경을 만날 수 있어 이 주변을 지날 때면 종종 걸어보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평소와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넓은 광장 곳곳에 독특한 형태의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작품이 광장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었습니다.
바로 2025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도시·건축 행사로, 2025년에는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을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는 도시와 건축을 조금 더 쉽고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야외 작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거대한 '휴머나이즈 월'이었습니다.
길이 약 90m, 높이 16m에 이르는 대형 설치 작품이라 넓은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휘어지고 뒤틀리며 이어지는 독특한 형태 덕분에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도 계속 달라졌습니다.
멀리 떨어져 전체적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보고, 가까이 다가가 구조와 표면을 하나씩 살펴보았습니다.
수많은 이미지와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건축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이 생활하기 위한 건물부터 떠올리게 되는데, 이날 전시에서는 건축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고 싶은지, 도시의 건물은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실내 전시장과 달리 열린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넓은 하늘과 주변의 나무, 멀리 보이는 서울의 건물들이 작품과 자연스럽게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시간과 날씨에 따라 작품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질 것 같았습니다.
햇빛이 비추는 방향에 따라 구조물에 생기는 그림자가 달라지고, 보는 위치를 조금만 옮겨도 전혀 다른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전시를 관람하는 동시에 다양한 장면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열린송현녹지광장이라는 장소와 이번 전시가 잘 어울렸습니다.
경복궁과 북촌, 현대적인 서울 도심 사이에 남아 있는 넓은 빈 공간에 현대적인 건축 작품들이 들어서면서 과거와 현재, 자연과 도시가 한 장면 안에서 함께 보였습니다.
서울을 걷다 보면 이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전시를 만나는 날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찾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서울공예박물관을 관람하고 지나던 길에 우연히 만난 덕분에 오히려 더 반가운 시간이었습니다.
익숙했던 열린송현녹지광장이 거대한 야외 전시장으로 변해 있던 날.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작품 사이를 자유롭게 걸으며 각자의 시선으로 도시와 공간을 바라볼 수 있어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